top of page

[테마진단] 녹색성장 버블 막으려면

[매일경제] 2009.03.08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지구가 점차 뜨거워지고, 경계가 무너지고, 인구가 증가하여 붐비는 위협적인 세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녹색혁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을 가능케 해주는 녹색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이나 국가가 미래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전개될 녹색성장은 분명 국가 경제, 산업 간 유기적 관계, 기업 경영, 그리고 우리 소비패턴을 바꾸어 놓는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 전 세계 지도자들은 녹색성장을 주창하고 환경론자들이 이들에게 뒷받침이 되어주고 있다. 녹색성장 정책은 곧 미래를 위해 현재 치르는 비용이며 투자인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녹색성장을 외치는 가운데 정작 녹색성장 시대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세계 각국 간 경쟁적인 녹색산업 육성 열풍으로 인해 녹색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일부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TV를 보니 올해 패션 트렌드 테마도 친환경이라고 한다. 디자이너들은 2009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천연섬유와 천연염색을 적용하는 등 패션계에서도 환경을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시민환경연대나 녹색소비자모임 등에서도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합성세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천연비누 제조법을 강습한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환경친화적인가? 천연 제품은 무조건 환경친화적이고 합성 제품은 환경에 유해한 것일까? 

최근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생산에서 폐기까지 전 과정을 평가하는 전과정평가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면제품과 폴리에스테르 제품에 대해 환경친화성을 비교한 한 보고에서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소각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면제품은 재배 과정에서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으로 경작지를 오염시키며, 재활용성이 낮은 점이 고려되어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보다 덜 환경친화적이라고 지적하였다. 

천연염색은 어떠할까? 대부분 천연염료는 염착효율이 낮아 엄청난 양의 천연재료를 오랜 시간 추출해야 하거나 염색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화학물질을 다량 첨가하게 된다. 상업화된 제품들은 천연염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색상이 유사한 화학염료를 소량 첨가하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천연 제품들이 보다 환경친화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비누와 합성세제도 마찬가지다. 수질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진 합성세제도 최근에는 생분해성 재료로 만들어져 물 속에서 잘 분해된다. 세탁효율이 높아 비누에 비해 적은 양으로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더욱이 비누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높아 합성세제보다 환경친화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종이 우유팩과 우유병을 비교할 때 우유병은 사용하고 난 뒤 회수하여 세척ㆍ살균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과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오히려 일회용 종이팩이 친환경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사실들을 뒤엎는 연구 결과들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우리 미래가 녹색성장에 달려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녹색산업이 성장동력이 되고 미래 먹을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바른 방법론이 채택되어야 한다. 녹색성장을 위한 친환경 캠페인은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친환경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앞으로 모든 분야 전문가들이 보다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야 녹색 버블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확한 평가가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자명한 일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경 평가에 관한 연구를 장려하고, 산업체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제품을 우선적으로 제조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소비자도 정확한 지식을 토대로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자세를 익혀야 할 것이다. 

[강태진 서울대 공과대학장]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