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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지털시대 교육의 `거대한 전환`

[매일경제] 기고 2013.10.17

경제사상가 칼 폴라니는 근대사회의 고통은 산업혁명과 시장경제라는 `거대한 전환`에서 비롯되었다고 설파했다. 오늘날 디지털 문명사회가 되면서 교육에서도 이러한 `거대한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다가올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성과 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방식이 교육혁신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도구로서 선진화된 과학기술을 습득해 사회발전에 응용하고자 지식습득에 몰두했다. 그러나 ICT기술 발달로 다양한 지식과 경험에 접속해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창의적으로 융합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여기에 ICT기술이 교육과 결합해 교육시스템 자체를 흔들고 있다. 

최근 개방형 온라인 강의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가 급부상함에 따라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인터넷으로 하버드, 스탠퍼드, 프린스턴 등 유명 대학 강의를 무료로 듣고 있다. 조지아공대는 명문대학으로서는 최초로 MOOC를 통해 컴퓨터학과 정규 석사과정을 내년 1월부터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1만여 명이 고작 6000달러의 수업료만으로 유명 대학의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구글이 하버드, MIT와 손잡고 MOOC 플랫폼 출범에 가담함으로써 앞으로는 누구나 앱스토어처럼 올라온 강의들을 선택해 들으며 소위 `구글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세계의 정보를 장악한 구글이 MOOC와 고등교육을 긴밀히 연결하며 교육에서의 `빅 브러더`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이렇듯 MOOC가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식 생태계의 시공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세계적 슈퍼스타 교수가 탄생하고, 소수정예의 세미나식 수업방식이 변혁되어 부유한 학생의 전유물이던 대학교육이 전면 개방되고 있다. `교육혁명의 쓰나미`로 일컬어지는 MOOC의 확산은 우리에게도 곧 밀어닥칠 것이다. 

수년 전 우리 교육부도 ICT기술이 불러올 교육혁신에 대비해 미국 MOOC에 견줄 만한 `글로벌 공학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유명 대학의 강의를 화상강의 시스템을 통해 국내외 20여 대학에 제공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통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MOOC 기반 교육으로 혁신하는 데 서둘러야 한다. 

최근 MIT에서 빌 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아 교육용 게임(The Radix Endeavor)을 출시했다. 재미있는 스토리를 갖춘 게임을 통해 수학과 과학을 학습시킬 목적으로 개발됐다. 미국 교육계는 이러한 수업방식을 적극 활용해 교육을 극적이고 흥미롭게 혁신시키고 있다. 

그동안 우리 청소년들은 학업 성취도와 디지털 읽기능력 등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었음에도 창의적 문제해결, 학습만족과 흥미에서는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게임중독과 학습의욕 상실이라는 두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로, 인터넷 게임의 중독적 몰입을 학습에 역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온ㆍ오프라인의 이원체계로 상호 보완적인 수업방식을 우선 정착시켜야 한다. 온라인에서 원하는 속도로 공부하고 수업시간에는 토론과 팀 프로젝트 같은 협력교육과 인성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창의교육으로 `거대한 전환`에 성공하려면 디지털 문명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고민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디지털 문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교육변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창의적 표현과 지적 희열을 일깨우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던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ICT기술이 촉발한 교육혁신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과 행복을 일깨우는 교육의 실현을 기대한다.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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