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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 창의교육을 생각한다

[국민일보] 시사풍향계 2013.10.02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 교수법 필수… 집단지성으로 해결능력 키우도록”

정부가 ‘창의인재 육성방안’ ‘대입제도 발전방안’ 등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담론이 촉발되고 있다. 잦은 제도 변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비판과 충고 속에서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과 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창의교육이 모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교육혁신의 바람이 거세진 마당에 우리도 미래사회를 위해 교육에서의 근본적인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산업화의 길에서 우리에게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경제성장의 강력한 무기로, 선진화된 과학기술을 배워 사회발전에 응용하기 위한 지식습득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금은 ICT(정보통신기술)혁명으로 지식은 빅데이터로 무한 증식하며 공유되고 있다. 이 방대하고 무질서한 정보와 지식을 융·복합해 새것으로 창조할 수 있는 창의력, 협력,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 능력 등이 필요해졌다. 창의성이 다가올 미래에 대응하는 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 된 것이다. 학생들에게 잠재된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교육이 당면한 과제이자 개혁의 초점이다.

최근 세계적 이슈로 부각돼 있는 미국의 개방형 온라인 강의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와 MIT에서 개발한 교육용 게임(The Radix Endeavor) 등을 활용한 혁신적인 수업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특히 MOOC를 통해 하버드, 스탠퍼드 같은 유명 대학의 강의가 무료로 제공되면서 고등교육 시스템이 뒤흔들리고 있다. ICT의 비약적 발전 속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교육적 실험의 신호를 계기로 우리도 그 교육적 효과를 내다보며 MOOC 강의와 게임기반 학습체계 등을 마련하는 데 뛰어들어야 한다. 최근 타임 지에 소개된 한 천재소년을 둘러싼 교육과정을 통해 새로운 교수법을 가늠해보게 된다.

열다섯 살의 소년은 MIT에서 제공한 MOOC 강의를 통해 대학 2학년 수준의 전기회로를 공부하면서 자신의 학습과정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비범한 재능을 보였다. 몽골의 오지 소년이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하기까지 젊고 유능한 멘토가 있었다. MIT를 졸업한 최초의 몽골인 교사 엔뭉크와 스탠퍼드대학의 한국인 유학생 토니 김이다. 엔뭉크는 고향의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MOOC 강의를 듣도록 했고, 친구인 토니 김은 실험실습 도구들을 챙겨가 그들에게 온라인으로는 습득하기 어려운 토론과 실험실습법을 가르쳤다. 교육은 전문지식과 열정을 지닌 교사와 학생 간의 직접적인 만남과 교감을 통해 시작되고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창의교육을 위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이러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적인 교수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온라인에서 자신의 속도에 맞게 기본지식을 공부하고 수업시간에는 학생과 교사가 어우러진, 토론과 팀 프로젝트 방식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간 우리 교육은 암기식 지식습득을 서열화하는 경쟁교육으로 사회의 고통이 된 지 오래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 교육이 이뤄진다는 핀란드는 국내총생산(GDP)의 6.4%를 공교육에 투자하는데 우리는 8.0%를 투자하고도 교육 당사자 모두 불만스럽고,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1위다. 협력교육은 소통부재와 세대단절, 청소년 우울증 같은 우리 시대의 병을 치유하는 데도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협력교육을 통해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 생긴 어려운 일을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춰갈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는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교실의 디지털화가 이뤄져 있고, 아이들은 학업성취도와 디지털 읽기능력에서 세계 어느 나라 아이들보다 뛰어나다. 창의교육을 위한 준비는 갖춰진 셈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교육은 ICT를 적극 활용해 학습 성과와 수준을 높이는 한편,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강태진(서울대 교수·재료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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