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기고-강태진] 창조경제로 청년들에 희망을

[국민일보] 기고 2013.03.13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대로 오늘날은 ‘사냥꾼’의 시대다. 계속 사냥에 참가하지 못하면 수치와 무력감을 안고 대열에서 낙오되므로, 청년들은 대학원 진학과 해외연수, 스펙 쌓기 등 지난한 노력을 경주한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패배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양호하지만, 구직포기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청년은 해마다 늘어 실제 실업률은 30%, 실업자는 130만여명에 이른다. 이제 청년실업은 국가의 미래가 담보된 문제가 되었다. 

다행히 지금 우리는 ‘창조경제’ 시대의 패러다임 안에 들어와 있으며, 청년실업자들이 창조경제를 이끌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개방과 협력을 통한 과학기술 혁신에 있으며, 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를 실천해야 한다.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들이 개방과 네트워크를 통해 융복합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또 기업의 기술개발비용이 막대해지고 혁신 사이클마저 단축되어, 폐쇄적인 연구개발시스템에서 지속가능한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대기업과 정부가 독점적으로 이끌었던 연구개발(R&D)사업은 점차 개방과 협력으로 오픈 이노베이션화하고 소규모 연구벤처기업들이 활짝 날개를 펼치는 시대다.

우리 벤처기업은 현재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이 380여개이며 국내 벤처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66만여개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전체기업의 4%에 불과한 혁신벤처기업이 고용의 60%를 차지한다.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 역량 또한 대기업과 비교해 20여 배나 높다. 정부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재기 넘치는,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의 청년들이 스스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전적인 연구벤처기업의 탄생을 지속적으로 돕는 산파역을 담당해야 한다.

창조경제의 저변을 다지는 전략적 과제로 중소제조업의 역량을 키우는 일도 시급하다. 특히 중소제조업은 과거 노동 집약적 물량생산 위주가 아니라 기술혁신이 집중된 고부가가치의 선진제조업으로 발전하여,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을 가진 청년들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래서 중소제조업을 미래를 담보하는 매력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일은 화급을 다투는 일이 되었다.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이들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고는 우리 노동시장의 심각한 문제인 인력수급의 불균형은 영원히 풀 수 없다. 선진제조업 살리기는 청년 일자리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확실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창조경제의 주역은 청년들이다. 선진제조업 생산현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품질을 향상시키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청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변혁기에 선 우리 경제에 창조경제라는 새 길을 내고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며 산업을 진작시킬 동력도 청년들에게 있다.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혁신은 불가능하며, 창조경제도 희망할 수 없다. 학교에서는 머리로 전문지식을 공부하지만 노동과 현실, 미래를 온몸으로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배움터는 생산현장이다. 젊은 날 3∼4년 동안 생산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쳐 산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밑돌삼아 관리직과 영업직으로 옮겨갈 때 비로소 이론과 실무경험을 갖춘 전문가와 사회의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청년들의 도전정신과 정부의 역동적이고 획기적인 정책에 불을 지피는 일이다. 청년들이 힘써 선도하고 정부가 힘껏 주도하여 혁신역량을 극대화할 때 우리는 창조경제의 꽃을 보게 될 것이다.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