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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忠於根本, 기본부터가 혁신이다

[매일경제] 2011.08.16

지난주 한ㆍ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은 우리 국민으로서 참 안타까운 경기였다. 세밀하고 정확한 패스 등 우리보다 한 차원 높은 기본기를 과시한 일본 선수들은 팀스포츠에서도 선수 개개인의 충실한 기본기가 뒷받침돼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진리를 보여줘 새삼 기본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했다. 기본이 중요한 것이 어디 스포츠뿐이랴. 요즘 나라 안팎이 평안하지 않다. 지난달 말 폭우로 서울시 곳곳에 피해가 발생한 것을 놓고 천재니 인재니 하는 논쟁으로 시끄럽더니, 또다시 요동치는 국제 재정위기가 우리 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다. 

왜 문제에 문제가 계속 이어지는 걸까.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문제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다름 아닌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답이자 교훈이다. 

도시 설계에서 상하수도 시설은 기본이 되는 기반시설이다. 서울 상수도 사업은 `아리수`로 홍보돼 잘 갖춰졌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하수시설 문제가 이번 폭우로 여지없이 드러났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또한 기본적인 수로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이 원인이 됐다.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된 서울이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높여가고 있으나, 화려한 외형 개발에 맞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본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진정으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이 중요한 것은 경제도 마찬가지다.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것이 가정 경제의 기본이다. 무리한 대출로 집을 마련한 뒤 원리금 상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주택 소유자 `하우스 푸어`가 등장했듯이 소득에 비해 지출이 지나치면 가계는 허덕일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라고 다를 바는 없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세수를 초과한 과도한 사회보장이 초래했고, 최근 불거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 해법으로 정부 재정지출을 급격히 늘려 국가채무를 과도하게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역시 이번 재정위기 충격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지난해보다 42조7000억원 늘어난 435조원으로 추정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 평균치인 78.8%와 비교해 재정건전성이 좋다고 할 수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팔라 이런 추세라면 5년 후 우리나라에도 현재 그리스가 겪고 있는 재정위기가 닥쳐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은 이런 불안감 속에서도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국가경제의 기본을 무시한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교육의 기본은 어떠한가. 우리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2015년까지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고, 온라인 강의와 평가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때 염두에 둘 것은 학교 교육의 본질과 수단을 엇바꾸며 기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교육에는 크게 성품을 가꾸는 인성교육(對人知)이 있고, 사물의 내용을 가르치는 지식교육(對物知)이 있다. 디지털 교과서와 온라인 교육은 첨단성과 편리성을 활용한 지식교육 기능을 강화할 수는 있겠으나 선생님과 급우들과의 인적 교감을 통한 사회성과 인성교육 기능이 희생될 수 있다. 

교육은 지식 전달 못지않게 대면을 통해서 기본적인 예의나 품성과 인간관계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기에 첨단 디지털 매체는 교육에 있어서 보조 기능으로 남아야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온갖 문제에 대한 상충되는 해법들이 제시돼 더 혼란스러워진다. 옛말에 `충어근본(忠於根本)`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럴 때일수록 기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기업 광고의 캐치프레이즈 `기본이 혁신이다`를 다시 마음속에 새겨본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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