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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매일경제] 2011.03.29

공교육이란 한 개인의 교육을 넘어 사회적 필요에 따라 사회적 자원을 활용해 사회 전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익사업이다. 공교육에는 사회의 인적 자본을 형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의된 요소들이 포함돼야 한다. 만일 외재적 요소들만 강조하고 창의성과 인성 발달 같은 내재적 요소를 무시한다면 그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 

현 정부가 대학 입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논술전형이나 입학사정관제와 같이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학생들 창의성과 인성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이전에 논술전형과 입학사정관제로 평가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현실은, 논술전형이나 입학사정관제 준비와 면접 대비도 입시전문학원에서 만들어준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정답`을 암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버린 학교와 학부모들이 변화된 평가제도의 목적을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려면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주입식 교육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아이들 생각과 창의력, 자기 주관이 요구되는 교육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정해진 것만 받아들이게 된다. 수학문제도 공식만 외워 답을 찾도록 가르치며, 많은 독서와 내용을 음미하며 학습돼야 할 국어도 단시간에 습득하기 위하여 이미 정답으로 정해진 `숨어 있는` 의미며 등장인물의 생각을 미리 가르쳐주고 외우는 것으로 대체한다. 이러니 외워야 할 양이 너무 방대하고 아이들에게는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유의지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엔 정답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영국 생물학자 란자 같은 사람도 있다. 

주입식 교육과 획일화된 평가 시스템의 가장 큰 폐단은 학생에 대한 이해와 관심보다는 성적과 결과에만 집착하게 된다는 데 있다. 지난해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세계 최상위권의 교육 경쟁력을 보인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결과는, 현재 우리 교육 시스템이 객관적인 평가 결과에 유리할지 모르나 지적 탐구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 교육철학은 사회 구성주의를 지향한다. 사회 구성주의란 지식에는 어떤 목적이나 가치관이 전제돼야 하고 학습은 단순히 지식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지식을 탐구하고 구성하는 주체적인 활동으로 본다. 즉 학교 교육은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행위 자체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스스로 터득하는 것만큼 큰 힘은 없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에게는 `대학 진학` 외에 학습 목표는 없다. 진정한 학습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교육이 아쉽다. 학교는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곳이 되어야 하며 학생들은 남이 아닌 자기 자신과 경쟁을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남과는 공존하는 지혜로운 인간(Homo Empathicus)이 돼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단지 잘못된 교육정책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학부모들도 족집게 학원을 찾아 자식을 등록시키는 것으로 부모 도리를 다한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 아니라 자녀의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자녀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대화를 통하여 함께 찾아나가야 한다. 누군가가 우리나라 교육열을 추진력이 강한 로켓에 비유한 적이 있는데 조준이 잘못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만다. 

진정한 교육은 이 나라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 품은 꿈을 현재화하도록 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이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이미 내면화한 신분, 경쟁, 차별 등 여러 의식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은 학생을 관리해 양산하기보다 내 삶과 사회의 번영을 위해 스스로 봉사하며 함께 가는 `지혜로운 공감인`을 양성하도록 바로 세워져야 한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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