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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영재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매일경제] 2011.03.01

지난 1월 대학에서 성적을 비관한 `로봇영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라마다 열을 올리고 있는 영재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려는 것인데 교육 현실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아까운 인재를 잃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작지 않은 예산을 들여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지사가 특목고를 방문해 교육 체계와 내용에 찬사를 아끼지 않은 것은 일단 겉으로는 우리의 영재교육이 성공한 듯 보이겠지만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중간 점검을 해야 할 때가 된 듯하다. 

과학고 학생 상당수가 2학년을 마치기도 전에 대학에 조기 진학한다. 2002년 45% 수준이던 조기 진학률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2009년에는 78%에 이르고 있다. 전국 1500여 명의 과학고 3학년 학생 중 250여 명만이 교실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3학년은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없는 `붕괴된 과정`이다. 

또 다른 영재교육기관인 영재고에서도 대학 조기 진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고의 일그러진 관행의 답습을 우려한 일부 대학에서는 영재고의 정상적인 교육을 위해 조기 진학을 인정치 않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대학별로 자율적 판단에 맡길 사안이 아니다. 정부 당국의 뚜렷한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영재(英材)의 한자적 의미를 보면 `꽃 피운 재능`이다.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영재교육진흥법에서도 영재를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교육부터 시작되는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마치 과학고와 영재고 그리고 나아가 명문대학으로 진학하는 수단이자 통로로 변질되고 있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선행학습이 잘된 학생이 영재로 둔갑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하여 차근차근 호기심을 채워나가는 것은 과학고ㆍ영재고 학생이나 일반고 학생이나 모두 같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재교육은 뛰어난 한 분야에 지나치게 치중하기보다 심도 있으나 폭 넓게, 그리고 탐구욕을 자극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영재교육이 창조적 상상력을 잃게 하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재교육기관은 영재를 선발하여 선행학습을 통해 대학에 조기 진학시키는 `점수 기계`를 만들기보다는 이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인성을 바로잡아 미래에 쓸모 있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서의 소양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이자 창조사회에서는 `종합지식` 못지않게 `손지식`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인성학이 바탕이 되어 전인교육을 받아야 인간사회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다. `크게, 깊게, 신중히` 생각하는 훈련 없이 영재라고 사회에 나가 제 좌표조차 찾지 못하고 `위성인간`이 되면 그 영재교육은 실패한 교육이 되고 만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토니 리틀 교장에 따르면 이튼 칼리지에서는 일주일에 사흘은 점심식사 이후 교실수업을 하지 않고 체육 등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한다.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교사의 가르침 못지않게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외국의 명문 사립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필드에서 운동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하여 팀플레이나 협동심 같은 여러 덕목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선진국들이 우리의 수월성 교육제도를 칭찬한다고 해서 자만할 때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향후 100년을 위해 과학기술 분야를 포함한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새떼처럼 무리지어 먼 창공을 나를 수 있도록 영재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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