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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이 칭찬하는 한국교육 실체

[매일경제] 인사이트 칼럼 2010.10.12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한국 교육을 칭찬한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 대통령의 칭찬에 기분 좋아 하기는커녕 우리 국민의 반응이 썰렁한 이유는 뭘까.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 주기로 각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우리나라가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늘 제기되는 문제는 우리 학생들이 수학ㆍ과학 과목에서는 우수하지만 정작 이들의 학습 흥미, 동기, 학습 효율성 등이 참가국 중 하위권이라는 사실이다. 찬사를 받는 자랑스런 결과 뒷면에는 성적은 탁월하지만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어두운 면이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동기가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입시 위주 교육이 우리 학생들에게는 자아만족 같은 내적 동기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외적 동기가 훨씬 크게 작용해 왔다. 더욱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이어지는 선행학습이 학습효율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각종 정의와 공식을 암기하기도 벅찬데 학생들이 실생활과 접목된 교과내용에 호기심과 흥미를 느낄 틈이 있겠는가. 

`교육`의 사전적 의미는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이다. 오로지 입시를 위해 문제풀이 기술만을 가르치는 교육 현실에서 교육의 참뜻을 되짚어 보는 일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교육은 성적 향상만이 아니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올바른 자아를 형성하도록 힘쓰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지난 35년간 미국 정부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해 교사를 증원하여 교사와 학생 비율을 1대22에서 1대16까지 내리고, 학생 1인당 교육예산을 123%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크게 높이지 못했다. 미국이 학습효과 제고의 해답이라고 여겼던 교육재정 확대와 교사 충원은 정답이 아니었다. 이런 내용을 보도한 미국 시사주간지는 교사에게서 그 답을 찾았다. 유능한 교사 한 사람의 역할이 새 교과서나 최신형 기자재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교사 평가 사이에 존재했던 방화벽을 허물면서 밝혀진 결과다. 

최근 미국 12개 주에서 교사에 대한 다면평가 때 학생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포함시키는 법안이 통과됐다. 미국은 이제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관련된 모든 인프라스트럭처와 교사의 효율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올바른 교육정책을 이끌어내는 토대를 마련했다. 학업성취도 결과 공개를 반대하는 의견에 부딪혀 주어진 자료로부터 단편적인 결론밖에 내릴 수 없었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학생의 적성, 관심사와 학습의욕 등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 학원의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 아이들에게는 전인교육을 통하여 동기 부여와 흥미를 유발시켜 줄 수 있는 진정한 선생님이 필요하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줄세우기 위함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학습능력에 따라 최적의 동기 부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그 정보 또한 공유되어야 개인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를 계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토대로 교사의 열의와 능률을 평가하여 교사보다 학생이 먼저인 교육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하여 남들보다 우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취를 위해 학습하는 행복한 학생들이 많아지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결국 교육이란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인물로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를 스스로 확인하게 하는 것 이상일 수가 없다. 

이 세상에 똑같은 아이는 없기에 교육의 방법론에 정석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의 학생들은 우수하지만, 결코 행복한 학생들은 아닌 것 같다"는 PISA 관리책임자 베르나르 위고니에 씨의 말을 새삼 곱씹어볼 때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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