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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하늘길 막는 화산재

[매일경제] 인사이트칼럼 2010.06.07

아이슬랜드의 화산이 189년 만에 폭발하며 분출한 화산재로 올해 들어 두 번이나 유럽의 하늘길이 막혔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중국 쓰촨성, 아이티, 칠레의 대형 지진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쓰나미, 그리고 얼마 전 발생한 과테말라와 에콰도르의 화산 폭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자연재해는 국가 단위를 넘어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지구는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으며 시대별로 살펴보면 다이내믹한 그 변화를 알 수 있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지구 표면의 암석권을 형성하고 있는 약 15개 단단한 판들은 그 두께가 100㎞에 이른다. 이 판들은 서로 충돌하고 미끄러지거나 멀어지면서 지진과 화산 등 대규모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화산활동은 주로 두 개의 판이 충돌하는 지역에서 나타난다. 두 판이 충돌하면서 두 개의 판 중 하나가 다른 판 밑으로 빨려 들어가 녹는다. 이것이 나중에 마그마 형태로 지표 가까이 상승하고 지표면을 뚫고 나오면서 폭발하여 화산을 형성한다. 화산 활동은 바다 밑바닥에서도 일어나 새로운 해저 지형을 형성하는데 지구상의 가장 긴 산맥인 대서양의 중앙해령과 같은 거대한 대양저 산맥이 이러한 예다. 아이슬랜드와 그 주변의 섬들은 이 바닷속 해령이 해수면 위로 드러난 곳이다. 

일반적으로 화산 폭발과 관련해서는 붉은빛을 발하며 흘러내리는 용암을 연상한다. 하지만 이번 아이슬랜드 화산 폭발에서 보듯 실제로는 유리와 같은 성분인 이산화규소 미립자를 상당량 포함한 화산재와 암석 부스러기인 화산 쇄설물 그리고 대부분 수증기로 이루어진 화산가스 등이 분출된다. 얼마 전 과테말라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로 주변 마을에는 5㎝ 이상의 화산재가 쌓였으며, 이를 처리할 새도 없이 닥친 열대성 폭풍우가 화산재와 섞여 마치 콘크리트와 같은 라하(진흙사태)를 야기해 그 피해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는 이웃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할 때, 지진이나 화산 등 대규모 자연재해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판구조론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대규모 지질활동 발생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무작정 마음을 놓고 있기에는 주변 징후들이 녹록지 않다. 올해 2월 경기도 시흥에서 리히터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수도권 일대의 많은 사람이 그 여파를 느꼈을 것이다. 또 얼마 전 언론에서는 백두산의 화산 폭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보도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약 300년 주기로 크고 작은 화산 폭발이 있었던 백두산이 앞으로 4~5년 사이에 본격적인 화산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2008년 8만6000여 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낸 중국 쓰촨성 지진도 우리나라와 같이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유라시아판은 인도ㆍ호주판과 태평양판 사이에서 동서방향으로 압축작용을 받고 있으며, 지진활동은 시공간적으로 매우 불규칙하여 지진 활동에 대한 연구와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 역사 문헌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진피해 사례가 많이 기록돼 있으며 리히터 규모 5 이상의 지진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입힌 지진의 발생빈도는 평균 50년에 1회 정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와 지진 방재대책이 필요하다. 대도시 주요 구조물의 지진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진 취약지역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과학 기술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자연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예측 불가능한 지구의 변화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갖추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 서울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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