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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실패 딛고 내년 5월 성공을 기약하자

[매일경제] 사설 2009.08.26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결국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어제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우주로 향했지만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그동안 발사계획이 여섯 차례나 연기됐고, 지난 19일에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가 발사를 불과 7분56초 남겨두고 불발되는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발사된 터라 더욱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비록 절반의 성공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나로호 발사로 우리나라는 우주 개발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13번째로 건설된 자체 발사장에서 국내 주도로 개발된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것 자체가 세계에 내세울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위성 발사체 개발 과정의 전체 사이클인 설계, 제작, 시험, 조립, 발사운영 등을 러시아와 공동 수행함으로써 소중한 경험을 축적했고, 발사체 상단부 고체연료 로켓을 자체 개발한 것도 큰 성과다. 

우주 개발 패러다임은 과거 국가 안보와 우주 탐사를 중심으로 한 우주 개발에서 미래를 열어갈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서의 우주 개발로 바뀌고 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우주에서 한 치 양보도 없는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우주 개발에서 얻는 잠재적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우주 개발 과정에서 각종 첨단기술이 탄생하고 이 기술을 상업화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강대국들은 우주 개발에서 얻은 첨단 원천기술로 후발 국가들과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미국이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로 창출한 3000여 건의 특허 중 1300여 건이 실생활에 응용됐으며, 중국이 개발한 1000여 개 신소재 중 80%가 우주 개발 과정에서 얻은 성과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도전이 흔들림 없이 계속돼야 할 이유다. 

나로호는 위성의 궤도 진입 실패뿐 아니라 기술 자립에서도 과제를 남겼다. 첨단 전략산업 분야에서 외국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도 중요 기술을 러시아에 의존하다 보니 조그마한 문제만 발생해도 러시아 눈치를 봐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선진 과학기술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주기술 개발의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터득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적 우주기술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나로호는 내년 5월 또다시 우주를 향하게 된다. 이번 발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완벽하게 보완함으로써 우주강국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실현하는 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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