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테마진단] 우리는 왜 우주로 가야 하나

[매일경제] 2009.01.18

우리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우주기술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자동차에 장착된 내비게이터만 있으면 낯선 길도 쉽게 찾아간다. 위성항법시스템(GPS)은 본래 군사적인 목적으로 인공위성을 사용해 정확한 목표물을 찾는 기술이었다. 이것이 내비게이터로 발전했고 이제 토목공사는 물론 무인 모내기 로봇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1957년 러시아가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이래 반세기 동안 우주항공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61년 유리 가가린이 대기권 밖을 최초로 비행한 지 8년 만에 인류는 달에 발자국을 남겼다. 행성탐사 또한 활발하다. 1970년 러시아 베네라 7호가 금성에 안착한 것을 시작으로 패스파인더가 화성 표면을 관측한 데 이어 작년에는 피닉스가 화성 북극에 착륙했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는 목성 토성 천왕성을 관측하고 현재 태양계를 벗어나 이웃 별인 알파센토리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촌 한 구성원으로서 이 같은 우주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 환호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극소수 우주 선진국만이 그 성과를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우주산업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것은 단순히 우주의 신비를 밝히려는 순수 과학적 의도 때문만은 아니다. 21세기를 주도할 핵심기술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우주산업은 기계 전기전자 화공 신소재 등 거의 모든 과학기술 분야의 종합능력과 융합기술을 요구하는 과학기술의 꽃이다. 실생활에 응용될 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아폴로호가 촬영한 우주 사진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디지털 영상 기술은 인체 내부 삼차원 영상을 구성하는 단층촬영기(CT)와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의료기기로 발전됐다. 

또한 녹색성장을 위한 대체에너지로 각광 받는 태양광 발전과 연료전지도 당초 인공위성과 우주선에서 사용할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 밖에도 자외선 차단제, 고어텍스, 전자레인지, 동결건조식품, 정수기, 수경재배, 인공관절, 치아용 임플란트, 형상기억합금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이 우주 개발의 부산물로 발명돼 실생활에 기여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우주로의 도약이 혁명적인 부를 창출할 것`이라고 한 말은 먼 미래에 대한 예견이 아니라 이미 엄연한 현실로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우주기술이 갖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와 군사적 활용 가치 때문에 선진국은 기술 이전을 꺼린다. 우리 손으로 최초로 위성을 쏘아 올릴 발사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액체로켓도 미국에서는 수입할 수 없었다. 어렵사리 러시아와 계약을 맺었으나 개발 과정에서 한국 과학자들은 거의 배제됐다. 

이 때문에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서라도 자체적으로 우주항공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우주항공기술 확보가 미래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절감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고 있다. 

1992년 소형 위성 우리별 1호 발사를 시작으로 지난해 이소연 박사가 한국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에 다녀옴으로써 우리나라도 우주인 보유국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KSLV-1호는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세계 세 번째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중국이나 1955년 연필로켓 개발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우주인 8명을 배출한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우주기술 개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은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추진하고자 한다`고 했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가 무한경쟁 시대에 앞서가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우주기술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주로 가는 것은 한국이 미래 첨단국가로 진입하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강태진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