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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미래, 글로벌 엔지니어를 양성하자

[Science Times] 2009.1.6

“공학은 전 세계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학문이므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국제 경쟁에서 앞설 수 없습니다. 따라서 획기적인 개념의 교육시스템을 도입해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글로벌 엔지니어를 양성해야만 합니다.”

강태진 학장은 ‘EnVision2020’이 곧 대한민국 공과대학의 미래라고 강조하며, 곧 개교할 국제공학교육원에서는 상호학점인정을 도입, 다른 대학교 재학생들에게도 열려 있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공학, 국경 없는 무한 경쟁과 협력의 학문

강 학장은 공학이야말로 국경이 없으며, 무한 경쟁과 무한 협력의 분야라고 강조한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실물경기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제조업의 기반이 없는 금융은 신기루’라는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8%. 다행히 제조업 강국인 일본(21%)이나 독일(22.6%)보다는 높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무한 경쟁과 개발도상국의 급속한 발전은 제조 기술력의 우위를 넘어 이제는 미래형 지식정보사회에 적합한 원천 및 융합기술의 확보를 요구한다. 

공학과 음악의 결합이 피아노를 탄생시켰듯 현대음악도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발전이 불가능하다. 고(故) 백남준 씨의 비디오아트에서도 볼 수 있듯 현대미술에서도 공학의 뒷받침은 필요하다. 이렇듯 공학은 “바이오, 미디어아트, 심리학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개념의 상품을 개발하고, 이것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해 10년 후 한국을 먹여 살릴 중추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 학장은 말한다. 

따라서 창의적이며 융합적인 사고를 보유하고, 국제사회의 다문화를 이해하는 글로벌 공학인의 양성이야말로 국가적 과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같은 공학인력을 양성하는 공학교육 시설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세계은행(IBRD) 차관으로 공학교육 시설에 투자한 것이 정부 투자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공과대학생들은 급변하는 지식정보 산업사회에 대처할 만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교육 인프라가 미흡해 국제적인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배출되는 공과대학 졸업생들은 국제화와 지식경제시대에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공학인으로 활약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일할 인재가 없다는 말조차 나오고 있다. 실제로 수조 원대 사업에서 하도급 공사 등을 통해 기껏해야 전체 공사액 중 15% 안팎만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한편 일본은 이미 20년 전부터 글로벌 엔지니어 양성을 위해 정부가 도쿄대학교 공대, 학부 등에 직접 투자해 영어 등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비롯,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 같은 갑갑증과 절박함으로 강 학장은 국제공학교육원을 생각해냈고,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 공대생에게도 그 문을 열기로 했다.

국제공학교육원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영어 강의를 개발하고, 학생들의 다국적 기업 취업 지원 등의 일을 하게 된다. 또한 각종 국제 학술회의와 워크숍을 유치하고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적인 석학을 초청해 3개월 가량 지속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등 국제연구교류를 활성화하고, 온라인을 통해 강의 동영상을 전국의 다른 공대 학생들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로써 해외진출 산업체에 국제화된 고급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향후 아시아권 글로벌 공학교육의 거점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입학부터 취업까지 통합적인 국제화가 가능하다고 강 학장은 말한다.

공학교육은 국가 미래에 대한 투자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우리 건설사의 해외 건설 수주는 약 5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쾌거를 이룬 배경에는 수주액의 60%를 차지한 플랜트(산업 설비)가 있었다. 기계공학, 화학공학, 토목공학 등 하드코어 엔지니어를 필요로 하는 플랜트는 보통 수주액이 5억~10억 달러로 단순 토목공사보다 규모가 크다. 따라서 최근 하드코어 분야에서 일할 글로벌 엔지니어 양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대학은 정부의 한 부처로부터 해외로 내보낼 플랜트 엔지니어 양성을 의뢰 받기도 했습니다. 6개월 혹은 1년 과정의 글로벌 엔지니어 몰입교육의 필요성이 업계는 물론 정부 관련 부처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죠.”

국제공학교육원이 설립되기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 당장의 수요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강 학장은 고민 중이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그는 국가의 부를 창조할 수 있는 공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아쉽다고 말한다.

다행히 정부가 2007년부터 공학교육혁신센터사업을 시작해 국내 60개 공과대학이 공과교육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공학교육에 대한 투자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어려울수록 공학교육에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줄 것을 요청한다.

끝으로 그는 새해 과학기술의 이슈가 될 녹색성장기술에 대한 조언도 놓치지 않는다. 녹색성장을 위한 기술개발은 공학의 전반적인 지식을 활용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때문에 자칫 주인 없는 기술이 될 수 있으므로 여러 분야에 걸쳐 조화를 이루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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