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기고] 국가 미래전략이 안보인다

[매일경제] 2008.01.28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강력한 과학기술 진흥정책을 추진하여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였으며,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 평가에서 과학기술 경쟁력 부문 세계 6~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과학과 기술을 존중하고 상호 긴밀하게 연계되어 효율적인 협력 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은 기술 진보를 촉진하고 또한 기술이 제기하는 문제는 과학 발전을 자극하는 선순환 고리로 엮여 있다. 또한 이러한 과학기술 인력 양성은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응용과학이나 원천기술 개발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인수위원회에서 마련한 과학기술 관련안은 과학과 고급인력 양성은 교육과학부에서 하고, 국가 연구개발 대부분은 지식경제부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연구개발과 기술 인력 양성을 따로따로 수행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21세기 사회구조와 세계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을 모방하고 따라잡는 기술개발에서 탈피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조적인 원천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이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품의 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과 미래 원천 융합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의 기능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이 지식집약화함에 따라 창조적인 우수인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1세기에는 대학의 기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 인력공급시스템은 산업계의 급속한 기술변화와 사회의 수요를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학 간에 형식적이고 과도한 경쟁 유도로 차별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머지않아 선진국형 국가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 지식혁명이 일어나고 첨단 하드웨어 인프라스트럭처를 기반으로 한 창조적이고 실천적인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또한 지식경제 사회 각 분야를 아우르는 지도자 덕목을 갖춘 글로벌 엔지니어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융합기술을 알며 창조적 경제마인드를 지닌, 국제표준을 뛰어넘는 인재가 국가산업과 사회 전반을 이끄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인력 양성을 통해 이러한 미래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선도적이며 실험적인 인프라스트럭처를 대학에 구축하고 실효성과 효율성을 검증해 국제표준을 뛰어넘는 지식집약형 지도자급 엔지니어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과 출연 연구기관 또는 산업체와 연계성을 강화하고 각자 역할을 재조정하여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등 두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조직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현재 분야별로 폐쇄적으로 배분하던 연구교육 인프라스트럭처를 개선하여, 능력과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첨단 인프라스트럭처를 집중시키고 이를 모든 분야에 공유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가 가진 인재를 최대한 발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과 보상 시스템을 확립함으로써 수월성을 갖춘 인력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로써 우수 집단이 국가 발전에 최대한 기여를 할 수 있게 하고, 능력이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지불받을 수 있는 보편적 사회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적으로는 선진 과학기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총괄ㆍ기획ㆍ관리에서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연쇄적인 기술이전 활성화까지를 두루 조정하는 플랫폼 형태의 범부처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도적인 융합기술 연구개발을 통한 국가 주력산업 고도화 정책과 경제성장 전략 프로그램 간에 유기적이며 지속적인 연계성도 중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연구개발 수행 과정에서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과학기술 전담 조직은 단기적인 현안에 매달리는 조직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장기적인 국가 미래 전략과 비전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강태진 서울대 공과대 학장]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