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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태진] 교육·과학정책 시류에 흔들리지 말아야

[국민일보]2008.10.26

우리나라가 과거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산업기술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양성된 우수한 기술 인력이 IT, 자동차, 조선, 원자력, 정밀화학 등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 증대를 통해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한 것이다. 이처럼 우수한 기술 인력의 확보는 국가가 위기에 처할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현 정부는 기초교육, 연구 인력 양성, 순수과학 및 기초응용기술의 연구·개발 업무를 교육과학기술부로 일원화하는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 인력 양성 정책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 이원화돼 있던 과학교육과 기초응용기술을 하나로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는 시도는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과학과 기초응용기술 정책들은 대부분 단시일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중국 인도 등이 앞서 가고 있는 우주항공산업 분야의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우리나라가 2009년 초 계획하고 있는 인공위성 발사 사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적어도 향후 10년 이상을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지원 육성해야 비로소 완전한 우리 기술이 될 수 있다. 

반면에 교육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한 우리 국민의 특성상 국제중학교 설립이나 학업성취도 평가 등 초·중등 교육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교과부 전체가 발목이 잡혀 과학기술정책도 함께 표류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두 부처의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기대는 초·중등 교육 쪽에서 몰려오는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사교육 비용은 그렇게 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달리 해석하면 초·중등 교육의 갈등은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기 자식이 남에게 절대 뒤질 수 없다는 정서에 기인한다고 본다. 우리 국민 모두가 평등사회의 의미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임을 인식할 때까지는 어떤 정책도 근본적으로 초·중등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상당 부분을 시·도교육청에 이관하기로 한 정부의 시책이 교육 관련 단체들의 반대에 막혀 초·중등 교육 이외의 분야까지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있다.

초·중등 교육 못지않게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과학기술 인력 양성과 연구 개발 사업을 담당해야 할 교과부가 초·중등 교육 문제의 늪에만 빠져 허우적거려서는 안 된다. 사실 대학의 교육은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분리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의 학부나 대학원 교육 관련 업무는 연구·개발 업무와 통합해 일관성 있게 운영함으로써 국가가 미래에 필요로 하는 고급 과학 기술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제 위기가 닥친 지금이야말로 국민 여론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정책으로는 기술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원자력, 우주항공, 나노, 바이오 및 에너지 기술 등 차세대 먹거리 기술들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할 때이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을 책임지는 사람은 사회적 갈등이나 시류적 변화에 흔들림 없이 전문성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안정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강태진 서울대 공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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